담임으로서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솔직함이다.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지만 힘들 때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더 큰 복은 내 마음을 그대로 이해해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겠지.
느리지만 그래도 끝까지 기대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동안의 내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이름을 붙여보았다.
조급함.

이제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 내 속에 있었나보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것이 조급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보고싶고 학교에 오고싶다가도
학교에 오면 딱딱한 표정과 기운없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내 눈치를 보고.
그런 악순환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는데 오늘 조금 회복된 것 같아.

'잃어버린 이름' 수업을 하다가 아버지가 말하는 '조그만 시작'에서 눈이 멈췄다.
남은 수업시간은 약 7분.
- 이것은 내 지혜가 아닌 주일내내 고심했던 우리반의 문제에 대한 물길을 틔워 주신 거라 믿는다.
쪽지상담의 결과를 이야기하고, 우리반에서도 조그만 시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단히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정말 우리반이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그래서 좋게좋게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내가 여러분을, 여러분이 나를 그렇게 기억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6반 친구들이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로 다가갔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언제나 바라듯이 작은 울림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한 사람이 생각을 전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6반의 조그만 시작이 되는 거겠지.
누가 그 물꼬를 열게 될 수는 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좋다.
이제 남은 3개월의 시간 동안 잘 해 봅시다.




덧. 사진은 우리반 수업이 끝난 후 누군가 적어준 것.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X우가 적었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우리반의 'X우'는 영우, (이)정우, (문)정우, 원우인 것 같은데..^^
     나중에 발견하고 마음에 따뜻해졌네.
     아직 늦지 않은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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