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뒀던 에듀니티 연수를 들었다.
20강과 21강.
상처받은 교사, 그리고 그 치유에 관한 내용.
요즘 내 상태에 대해 감히 진단을 내리자면 난 공감피로였던 것 같다.
아무와의 관계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을 줄여가려고만 하는 그런 상태.
지난 학기말처럼 학교에 가기 싫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누적된 내적피로가 이젠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나보다.
소진(Burn Out) 직전까지 와있었어.
연수를 들으며
오늘 하루가 내머릿속에 흘러간다.
말로 상처준 아이는 없었나?
표정으로 상처준 아이는 없었나?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는 ㅈㅇ이.
사실 종례가 끝나자마자 마음 한구석이 께름칙했다.
심지어 마이크를 끼고 "넌 말할 자격이 없어"라는 아픈 소리를 내뱉았다.
아이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했을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고, 나도 충분히 농으로 넘길 수 있는 말이었는데
정색하고 모진소리를 던져버렸다.
내일 아침에 가면 먼저 ㅈㅇ이에게 사과해야겠다.
사과 먼저, 변명은 나중에.
피로를 이겨내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거늘
그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분출하고 있다.
교사의 상처는 결국 학생의 상처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렇게 몸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내일은
내일은 정말 한번만 더 생각하고 이야기하자.
그리고 내스스로 나를 여유롭게 다독여주자.
괜찮아, 은미야.
넌 잘하고 있어.
덧.
한걸음 다가갔더니 다시 열걸음 물러선 아이.
한결더 격한 문자로 나에게 응대해왔다.
내 상한 마음은 그렇다치고 정말 이 아이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밀려온다.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마음, 그 깊은 곳에선 분명 도움을 청하고 있을 텐데
그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정말 모르겠다.
금과 은을 줄게, 라고 거부하고 밥을 달라 이야기하는 아이.
그럼 금과 은이 아닌 밥이 아이는 정말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주어야 할 밥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Burn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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