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습관(윤소정/다산초당)
2016.03.07.-2016.03.10.
아무래도 독서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인 것 같다.
아침에 20분, 매주목요일 도서관수업 시간을 통해
평소에 읽지 못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
산가를 들어가서 한 달밖에 못누린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
몇년전에 우연히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윤소정 강사.
'선생'을 '업'으로 삼아
강의를 만들어내고, 인큐라는 공동체를 꾸려가는 모습이 정말 닮고싶은 그런 사람이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인큐 강의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마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하고^^;;;
그나마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수업시간에,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정말 실제적인 트레이닝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좋구나.
p.25) 철학한다는 것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합니다. 즉, '실천'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죠. 수많은 고전을 읽었어도 정작 내 직장 동료의 단점도 다르게 바라보지 못하고 매일 험담만 늘어놓는다면 과연 철학하는 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p.30) 세계적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곤충으로 쐐기벌레를 꼽았습니다. 쐐기벌레는 앞에 가는 벌레의 자국을 보고 졸졸 따라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파브르는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쐐기벌레를 원형의 대형으로 줄을 세우고 서로의 엉덩이를 졸졸 따라가게 만들었죠. 그러고 나서 아주 맛있는 먹이를 대형 밖에 설치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한 마리라도 대형을 이탈하고 먹이에 달려들어야 하겠죠.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쐐기벌레는 무려 6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앞에 가는 벌레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러다 대다수가 죽어버렸습니다. 만약 이 중에 단 한 마리라도 용기 있게 대형을 깨고 이탈했다면 모두 살 수 있었을 테죠. 그러나 쐐기벌레는 끝까지 앞주자의 길만 따라갔습니다. 과거의 저처럼 말입니다.
p.50) 단 한 줄의 문장을 보더라도 이를 내 몸에 새겨질 만큼 외우고 행동으로까지 구현하는 순간, 깨달음이 생기죠.
깨달았다=깨뜨리다+다다랐다=깨고 다다랐다
… 무엇을 읽었는지보다 무엇을 행했는지 그리고 나의 일상에서 얼마만큼 생각을 깨고 다다랐는지가 진짜 공부의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삶에 적용하는 인문학이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한 가지 문장을 만났을 때, 직접 실천하는 한 걸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죠.
p.95) 이처럼 물음표는 처음에 찍은 한 점이 바로 직선의 길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먼저 지구 반 바퀴를 돌 듯이 둥근 선으로 이어지죠. 실제로 질문이 생겼을 때 답이 바로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나의 질문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되죠. 그러고 나서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되면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사고해야 합니다.
… 실제로 고수들의 공부법 또한 물음표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한 가지 생각을 질문으로 바꿔서 그 궁금증이 풀릴 때가지 세상 모든 지식과 연결하는 것, 그리고 잠시 사유의 시간을 보낸 뒤 행동으로 나만의 답을 만들어 마침표를 찍어내는 과정, 이것이 진짜 고수들의 생각법입니다.
p.157)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세상이 바뀌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서운하리만큼 모든 것은 제자리였죠. 그러나 괜찮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제 자신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여행뿐만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나서, 어떤 강의를 읽고 나서 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의 시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진정한 공부라 할 수 있겠죠. … 나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누군가의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 스스로 질문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p.170) 공부는 한자로 '工夫'라고 씁니다. 이때 '工'은 천과 지를 연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夫'는 천과 지를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 신영복, 『담론』 중
… 한자 '工'이 '나'를 뜻하는 영어 'I'와 모양이 닮아 있더라고요. 와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주체가 나'라는 비밀이 영어 I에도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제야 '공부'라는 단어가 생명력을 얻기 시작합니다. 결국 내가 해야 하는 공부는 틀에 갇힌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를 살아내는 것'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p.217) "What is this here to teach me?" (이 순간이 우리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지금 이 순간에 배움을 청하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인문학 공부법입니다. 위기의 순간을 지혜로 극복하는 열쇠가 되고,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도록 도와주니까요.
어리석은 자는 과거에 일어난 일 때문에 '지금' 고통을 받고 남을 원망합니다. 또,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계획만 세우죠. 그러나 지혜를 지닌 자는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알아차립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다 나를 잘되게끔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죠. 따라서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자는 고통과 위험으로부터 안전합니다. 고통이야말로 진정한 인생 공부이며,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니까요.
p.256) 하지만 같은 영화를 본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달랐습니다. 그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보고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죠. 한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왜 날 15년 동안 가뒀을까?'를 파헤치는 최민식을 보고 유지태가 "당신이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을 찾는 것이다. 왜 가뒀느냐가 아니라 왜 풀어줬느냐가 올바른 질문이다."라고 하는 장면에서 뒤통수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 틀린 질문을 하며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 그리고 그는 바로 실행했습니다.
… 따라서 지금 내가 키워야 하는 것은 당장 카카오톡 같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이 아니라 영화 한 편을 보고도 인생을 바꿔주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생각 습관'이었습니다.
p.303) 돌이켜보면 내 인생이 성장하는 시점은 안락했던 시기가 아닙니다. 가장 고통스러울 때죠. 인류 역사상 가장 핍박받는 민족, 유대인이 가장 위대한 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내 인생에 불편한 순간이 많다는 것은 세상이 나를 위대한 인간으로 키워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배움은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과거 세종은 간통을 한 사람도, 뇌물을 받은 사람도 능력이 뛰어나다면 모든 죄를 사하고 인재로 등용하는 과감한 인재등용술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 절대 등용하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였답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 성찰할 줄 모르는 자에게는 발전이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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