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질리언스(천경호/교육과실천)
2018.6.
번역팀 모임에 다녀오는 길을 함께 하게 된 책.
지친 올해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에 꽂혀 얼른 구입했다.
페북에서 만난 천경호 선생님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지점을 건진 것만으로도 감사.
그리고 아이의 리질리언스를 위해 교사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 썼기에 교사로서 공감 500%의 이야기들이 많았음!
p.10) 이 책은 어른들의 잘못된 예언을 거부하기 위해서 썼다. 아이들의 실수나 실패가 오히려 성장과 행복의 밑거름이라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실패한 아이도 실패한 어른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유라고 말하고 싶었다.
p.34) 좋은 학생도 좋은 교사도 결국 '사람'을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습동기가 낮고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이의 삶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교사가 필요하다. 아이들 삶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어루만져줄 교사에게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p.35) 더 이상 학생 개인의 노력, 교사 개인의 노력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신뢰받지 못하는 교사는 학생을 신뢰할 수 없고, 신뢰받지 못하는 학생과 교사에게 배움을 강요하는 사회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46) 절망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지만, 사막과 같은 마음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려는 인지적 자기조절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p.48)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찾고, 이를 현실 가능한 경로를 찾는 것을 리질리언스의 개인 내적 요인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능력 그리고 스스로 경험하넌 부적정서를 조절하고, 자신의 욕구나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들을 결국 자기조절이라고 부를 수 있다.
p.55) 모든 사람에게는 리질리언스가 있다. 이 리질리언스를 키우는 방법은 '서로서로 믿고 지지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미성숙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를 가해자로 바라보게 하지 말고, 평생을 함께할 벗을 사귀는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도록 친구와 교사가 함께 손잡아주어야 한다. 사람은 부모와 가정형편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학교라는 공교육이 우리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서로 손잡아주고 일으켜 세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리질리언스를 키우는 일은 우리 사회를 지옥이 아닌 천국으로 만드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며, 학교와 가정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p.57) 헤르만 헤세의 단편소설 '아우구스투스'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육적 의미는 아이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능동적 존재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영리함이나 총명함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p.65)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이야말로 모든 것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과는 그 어떤 일도 도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입니다."
p.76) IQ와 학업성취의 상관계수는 .32이고, 자제력과 학업성취의 상관계수가 .67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자제력, 다시 말해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어야 한다.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지나친 조기교육이다.
p.80) 역량 중심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역량은 'competency'이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유능성은 'competence'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줄 아느냐'가 역량이라는 것이다. 유능성은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 노력해서 바라던 결과를 얻었을 때 느낄 수 있다.
p.85) 스몰 트라우마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서 지속해서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이것이 이후의 삶에 빅 트라우마로 인한 증상과 같은 고통을 야기한다. 권투선수는 카운터펀치에 쓰러지기도 하지만, 잦은 펀치 허용으로 쓰러지기도 한다는 의미다.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p.92) 실제 해마의 성장 발달에 가장 좋은 방법은 친밀한 관계의 정서적 지지와 접촉이다. 이러한 행위가 아이의 정서적 자기조절력을 키워주고, 양가감정을 없애주며, 이중구속에서 벗어나 안정애착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은 작은 시련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키워주려면,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누며, 작은 격려와 행동을 나누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p.96) 이를 삶을 가져오면 자신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끝내 해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역경이나 시련을 정면으로 부딪쳐서 이겨냄으로써 자신의 역량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지적인 자기조절능력을 잘 키운 아이가 학습능력도 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17) 정리해보면, 아이의 주의집중력은 정서적 안정과 관련이 깊고, 아이의 정서 안정을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한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러한 주의를 지속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p.144) 그러므로 아이들을 잡기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는 철저하게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진정성은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나고, 아이들은 교사의 행동을 통해 진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p.170) 사춘기 아이들이 어른들과 나누는 말과 행동은 자신의 자아정체성이 옳은지 그른지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행위다. 자신이 생각하고 취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판단은 이에 대응하는 부모나 교사의 삶을 통해 버려지거나 얻게 된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얼마나 믿고 지지해주는가, 그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통해 올바른 자아정체성의 형성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자아정체성을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해 자기 주변 사람들의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끊임없이 평가한다. 자신도 모르게 삶 속에서 항상.
p.173)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인생의 가치를 찾도록 돕기 위해 만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귀한 가치를 접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일 년 내내 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각자의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주며, 이러한 가치를 더욱 자기 삶으로 연결지어 가도록 함께 생각을 나눈다.
p.181) 그래서 교사에게 공부 모임이 필요하다. 교사의 교수 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타인과 정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자기 행위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단련 없이는 이론을 실천하기 어렵다. 이론은 수많은 사람의 삶에서 드러난 패턴을 학문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개인은 자기 삶 속에서 갇혀 있을 때가 많아서 그 패턴을 인식하기 어렵다.
p.205) 로젠탈과 메라비언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은 말보다 표정이나 목소리, 눈빛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알려면, 어떤 말을 하는지보다 어떤 태도로 학생을 대하는지를 보면 된다.
p.211) 효과적인 피드백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간격을 좁게, 즉시, 자주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뇌의 뉴런은 학습을 통해 새롭게 연결된다. 새로운 학습에 의해 연결된 뉴런은 다시 교사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뉴런 간 연결을 강화하고, 교사가 피드백의 시간적 간격을 좁게, 자주 함으로써 뉴런 간 연결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학습의 습에 해당하는 것이다.
p.220) 결국, 교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며, 교과 지식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배움을 추구해야 한다. 더불어 배우려는 학생, 교사의 배움과 성장을 기대하며 믿어주는 학생이 있다면 더 손쉽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p.224) 10대 초반에 발달하는 변연계로 인해 아이들의 감정 표현은 극적이지만, 감정표현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10대 후반에 이뤄진다. 청소년 초기의 뇌는 회백질의 밀도가 증가했다가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때 뇌의 가지치기와 수초화가 이뤄지므로 정서적 신경회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하여 타인의 정서적 상태와 경험을 이해하고 이것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일 키워주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정보에 뇌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표정을 통해서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고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게 된다. 정서와 관련된 신경회로가 12개가 있는데, 사춘기에 8개가 완성된다고 하니 청소년 시기에 사회적 관계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p.236) 따라서 아이들이 자기 삶의 가치를 탐색하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아이들 자신이 찾은 삶의 가치에 부합하는 진로를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p.248)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 배우려는 힘)이고, 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우려는 삶의 태도를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p.252)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자기 삶의 나침반이 고장 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p.257) 교육이 목적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하며, 좌절을 겪는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학교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교사라는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다.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끌어내도록 돕는 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 그것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