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4년간 3600명의 시간제정교사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1/18/0200000000AKR20131118184600004.HTML?from=search)


처음 듣자마자 기가 차더라.

'시간제'와 '정교사'의 앙상블이라니.

고용'률'을 학교에서 찾는 게 말이 돼?

그리고 그 방법이 '시간제'라니.


나는 경력이 길지 않은 병아리교사이다.

하지만 그 짧은기간동안에도 시간제가 학교안에서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시간제정교사가 도입 될 경우 나머지 교사들의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시간제교사가 도입됐을 때 그들은 분명 비담임에다가 맡을 수 있는 업무도 한정적일 것이다.

고등학교는 그나마 담임교사와 업무담당교사가 어느정도는 분리되어있다고 들었으나 중학교는 그러지 못한다.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몇몇 원로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장 아니면 담임이다.

임신해서 휴직이 확정되었을때조차 인원의 여유가 없어서 담임을 맡아야만 했다.

3D라고 불리는 방과후업무를 맡았을 때는 매일같이 9시에 퇴근했었다.

시간제정교사가 들어오게된다면 교사의 인원은 늘어나게될지라도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남은 교사들이 그들의 뒷처리까지 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표와 교육과정에서의 문제가 생긴다.

오전 혹은 오후에 시간제에게 수업을 몰아주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시간으로 수업이 몰릴 수 있다.

갑작스런 시간표 변동이 하루에도 몇번씩 생기는데 그런 경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업외 여러 행사들이 있을 때 그사람들의 시수는 어떻게하지?

계속 학교에 있는 교사들이야 보강을 잡으면 된다지면 시간제정교사의 보강은 언제?


이미 시간제와 비슷한 형태로 순회교사가 있다.

선택과목의 경우 수업시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교사가 두학교(때론 세학교까지도)의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순회교사의 경우 그 교사가 담당한 반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불평이 나오게 된다.

진도나 시험범위, 시험문제에서 협의가 원활하지 않거나 변동이 생기는 경우 학생들이 불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제정교사가 학교마다 들어오게된다면?

당연히 그 교사가 맡은 반에서 불평이 나오게 되겠지.

엄청 뛰어나고 우수한 교사라 수업의 질이 높다면 그 불평이 점점 사그러들 순 있겠지만

그렇지않은 경우엔 어떻게 해야하지?

그냥 네 복이니 올해만 참아라, 해야하는걸까?


시간제교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주일에 20시간을 온전히 수업만 하게된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가끔 출장때문에 수업을 몰아하는 경우가 있었다.

4시간 연강을 하고나오면 다리가 후덜덜거리기도 한다.

그날은 괜찮을지라도 그다음날 몸살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매일 4시간씩 연강을 한다면?

혹시 설마 그 4시간에 수업준비까지 포함하는 건가?


그리고 정해진 근무시간이 4시간이라할지라도 수업전, 수업후 최소 30분씩은 학교에 있어야 수업이 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약속한 근무시간을 넘기기 때문에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나?

이것이야말로 예산낭비 아닐까?


그들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어느정도가 될까?

내가 초임때 180만원정도를 받았다.

근무시간만 단순비교했을 때 아마도 90만원정도겠지?

지금 당장은 그돈이 괜찮아보일지 몰라도 시간제'정'교사다. 

계속 그 임금을 받으면서 근무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교사의 경우 1호봉이 약 5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시간대비라면 1년에 올라봐야 3만원. 여러 수당 합친다그래도 1년에 10만원 이상 오를리가 없다.

결국 길은 세 가지겠지.

그만두든가 겸업을 하든가 '시간제'라는 타이틀을 떼버리든가…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면 정년을 보장하는 의미가 없다. 

듣기좋으라고 하는 소리에 불과한 것.

겸업을 한다면 굳이 시간제교사를 하는 의미가 있을까?

정말 내평생의 꿈이 가르치는 거라서 겸업을 하면서라도 학교에 있고싶은 마음으로 오는 누군가를 위한 제도?

나중에 시간제라는 타이틀을 떼버리게 된다면 힘들게 임용이라는 문을 비집고들어와

교사의 자리에 서있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게 아닌가.

자격미달의 검증되지않은 사람들이 학교에 눌러앉게되는 비극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는 교실에서 지식을 나누며 얼굴만 마주한다고 다가 아니라 삶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서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믿어왔다.

하루 네시간, 일주일 스무시간으로 교사가 가능하다면 나는 그동안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살아온거지?


학교 안에는 이미 여러 신분들이 존재한다.

교사라는 직업 자체에는 사실 승진이 교감, 교장뿐으로 서로 평등한 관계이다.

그안에 나이나 경력 등으로 보이지않는 서열이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그안에 정교사, 기간제, 강사 등으로 나누어진 신분층이 생겼다.

내가 만난 기간제쌤들은 정말 존경할만한 분들이 많았다.

학교안에 자리를 내어준다면 응당 그분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동료교사들에게 검증된 기간제쌤들을 학교안으로 자리잡게해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사람들조차 감당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들인다는 게 옳은 일일까?


밥그릇싸움이라고?

밥그릇에 비유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들지만 까놓고 이야기해서 왜이게 교사들의 밥그릇싸움이 되는거지?

난 이미 내 밥그릇은 차지했다.

그들이 온다고해서 내 밥그릇에는 아무 이상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소중한 밥상에 아무나 앉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간제 3600명 대신 그냥 임용티오 1800명을 늘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싶은 말은 수만가지인데 벌써 글이 길어진 것 같네.

과연 이글을 읽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찬성이든 반대든 함께 이야기해보았으면.


제발

학교를,

교육을,

아이들을…

정권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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