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중학교 1학년 아가씨들과 함께 하게 된 한 해 두 달.


목요일 쉬는 시간에 두 아가씨가 오더니 큰일이 났다고 이야기한다.

큰일이라고 이야기하길래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6학년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인데 트러블이 있다고 하는 것.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오후 방과후에 이야기를 해보자, 둘이 아닌 셋이 왔다.

오잉, 싶었지만 오히려 다시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

세 친구와 함께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엉겹결에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아무런 준비없이 갑작스레 진행하게 된 회복적대화모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알고보면 서로 같은 마음인데 서운함이 쌓였던 것.

간단한 회복적대화모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운함이 풀리게 되었다.

오해도 해결되었고…

눈물로 보낸 한 시간 반.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는 세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은

세 친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반의 다른 몇 친구들이 관련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반의 한 친구가 가장 큰 문제이자 키워드라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끼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아도

결국 또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게 될 거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또다시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날.

두 명의 친구를 추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두시간의 대화 끝에 다섯 명의 친구의 오해는 또다시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걱정.

다른 반 친구가 있는 한 절대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고 똑같은 문제가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오늘 다시한번 회복적 대화모임을 열었다.

우리반 친구들과는 어느정도 관계형성도 되었고 충분한 이야기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어제 다른반의 그 친구를 불러다가 회복적대화모임으로 초대했다.

대화모임의 목적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에 책임지기 위해서, 언제 어디서 만나도 서로 불편하게 지내지 않기 위해서.

이를 위해 1)어떤 문제가 있는지 2)문제의 원인이 뭔지 3)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오기로 했다.


상담실에서 진행된 세 번째 회복적대화모임에는 일곱명의 아가씨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다섯 명은 우리반, 두 명은 다른 반. 한 명은 나와 간단하지만 나름의 사전서클을 진행하였고 한 명은 완전 처음.

처음에는 이야기 진도도 안 나가고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만 애둘러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마음 깊이 있는 한 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그때부터는 급속도로 이야기 진행.


진행자의 자리에서 지금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 했는데

어느순간 아이들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해주고 싶었던 말을 본인들의 입으로 스스로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약속한 것은

첫째, 뒷담하지 않기. 뒷담이라고 생각되면 서로 지적해주기. 지적했다고 서운해하지 않기

둘째,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카톡이나 넷온이 아닌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기


그렇게 정리하고 벚꽃 아래서 사진 찍고 떡볶이를 먹고 헤어졌다.

사후모임에 대한 약속은 안했으나 개인적으로 만나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주 금욜쯤 생각한 친구 한둘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생각외로 아이들은 두려움이 많다.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드나보다.

그래서 새롭게 대화모임에 참여하는 한 친구는 내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이 "정말 솔직해도 돼요?"였다.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어도 친구를 잃을까, 내가 소외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털어놓지를 못한다.

헤어지기전 "어땠어?"라고 물어봤더니 "속이 시원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얼마나 그동안 복잡하고 답답했을까?


그리고 확실히 3번 모두 함께 한 친구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확연히 달랐다.

아이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작지만 큰 바람.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다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TV를 보던 중 초코파이CF의 멘트가 오늘은 더더욱더 마음에 꽂힌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사흘동안 1~2시간씩을 투자했지만 절대 아깝지 않은 시간들.

좋은교사에 올라온 것처럼 자세하게 기록해야지, 했는데 막상 기록하려고 하니까 조금 어렵네.


대화모임을 진행하면서도 내 마음 한 켠에 의심이 가득했었는데(될까, 될까?)

미숙한 나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해결점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또 들었다.

물론 내가 조금더 회복적대화모임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세 번의 대화모임이 좀더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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