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센 참석하러 고고씽.


이랑이랑 지하철타고 룰루랄라 가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지하철에 오르셨다.

입을 오물오물하시고 지팡이를 짚으신 모습에 눈이 머물렀는데

한 쪽 끝에 서시더니 승객들을 향해 입을 여셨다.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렵게 되었으며 

몸도 안 좋아져 지적장애판정까지도 받으셨다고.

부끄럽지만 이렇게 섰으니 제발 좀 도와달라고.


이랑이의 눈은 어르신께 고정되어 있고

내 머릿속은 복잡복잡복잡.


지갑속에 있는 것은 동전 몇 개와 현금 만 원뿐.


만원을 선뜻 내드릴 용기ㅡ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ㅡ가 없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다음칸으로 넘어가셨다.


이랑아, 미안.

엄마가 현금이 없어서 말이야.


라고 나에게 하는 변명을 이랑이 귀에 속삭이고

이마트로 향하는 걸음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다.


내 손에 들려있는 전도폭발 암기카드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저녁에 먹을 소시지도 사고 

이랑이와 나눠먹을 바나나도 사고

집에 들어온 내 지갑 속에 여전히 잠자고 있는 만 원.


언젠가 서울 지하철 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역 입구에 앉아계시던 아저씨 한 분을 보고

그땐 현금이 아예 없어서 

돌아가는 길에는 돈을 들고 지하철로 향했는데 

결국 못 만났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 나는 내가 참 부끄럽다.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