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깊은 한숨이 교실 안을 감싸고 침묵이 찾아옵니다. 매년 학부모 상담을 할 때면 종종 마주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사춘기 전쟁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에서 생활하다보니 아이들과 끊임없이 갈등하며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납니다. 저 역시 교실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넘어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연수와 책을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답은 없었습니다.
2017년, 1-2-3매직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처음 알고 나서 교실에서는 차마 엄두도 못 내고 집에서 다섯 살 난 큰아이에게 적용해보았습니다. 이전에는 떼 부리는 아이에게 화를 쏟아내고, 아이는 진정이 되더라도 정작 저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다가오는 아이를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의 마음이 가라앉아 저를 부르면 마주보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떻게 느낄까 물어보았더니 “엄마가 하나, 둘, 셋을 할 때는 화내는 것 같지 않아.”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교실에서도 1-2-3매직의 카운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 1-2-매직의 카운팅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벌이 아니야. ‘너’와 수업을 하고 싶어서 수업에 함께 해달라고 초대하는 거야.” 진심을 담은 이 말이 아이들에게 전해졌는지 교실 안에서 1-2-3매직을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름을 부르며 멈추라고 하는 것보다 수업으로 돌아오는 속도도 빠르고 관계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1-2-3매직의 카운팅을 교실 안에서 잘 활용하면서도 매년 시작하기 전에는 과연 이 방법이 정말 좋은 방법일까 주춤거리곤 합니다. 중학교 아이들의 성장단계를 고려했을 때 너무 아이들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교실이고 수업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가능하지만 가정 안에서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다섯 살 아이에게 유용했던 그 방법이 열다섯살 아이에게도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박종근 선생님에게 <1-2-3매직: 청소년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람과교육연구소 번역팀에도 이 <1-2-3매직: 청소년편>을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함께 할 수 있어 마음이 벅찹니다. 혹여 제 부족함 탓에 1-2-3매직의 훌륭함이 가려지면 어쩌나 많이 염려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아이들과 잘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스스로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에 확신이 있어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시다면 이 글을 읽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책장을 덮으면 됩니다. 하지만 아직 아이의 사춘기를 맞이하지 않았는데 어딘가 불안하다면, 사춘기라는 폭풍우의 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면 한번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우리 가정을 위한 돌파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1-2-3매직의 첫 번째 원칙은 '화침행말'입니다. ‘화가 날 때는 침묵하고 행복할 때는 말하세요’라는 기본 원칙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화가 나서 쏟아내는 모든 말은 아이의 마음에 상처로 남습니다. 크고 높아진 목소리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 입에서 정신없이 쏟아져나오는 가시 돋친 말 앞에서 어느 누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요. 왜 분노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아이가 제 말을 따르지 않을 때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감히 엄마인 나, 교사인 내가 하는 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처음 목적으로 돌아가 봅시다. 교사가, 부모가 아이를 지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잘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나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잠시 숨을 고르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멎은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해질 겁니다. 그리고 멀리 돌아간다고 생각한 길이 오히려 원하는 곳까지 통하는 지름길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는 모든 훈육의 시작이자 끝이 바로 아이와의 관계라는 입니다. 교실에서 카운팅을 적용하지 못한 경우는 아이들과 저 사이의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같은 맥락일 수 있지만 행동 중지를 시켜야 하는 아이의 이름을 몰랐을 때였습니다.
<1-2-3매직: 청소년 편>에서 강조하는 가족규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이 세워지고 지켜지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늘은 규칙을 지켰지만 내일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규칙을 안 지켰다고 화내기보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한번 규칙을 알려주세요.
최악의 상황은 아이의 문제행동도 사라지지 않고, 부모자식 간의 관계도 무너지는 것입니다.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좀더 아이를 신뢰하고, 자기 인생의 운전대를 아이 스스로 잡도록 해주세요.
1-2-3매직을 사랑하는 부모이자 한 사람의 교사로서, 몸은 부쩍 자랐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아이들. 누군가 나를 붙잡아주었으면 하면서도 막상 붙잡으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본인도 자신이 이해가 안 되는 아이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타는 모든 부모님들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이 긴 터널을 지나가 보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문제는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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