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2 - [그린나래/연수이야기] - [후기] 2012 기윤실 수련회: 선택강의(비폭력적 대화와 회복적 생활지도)
2012/02/02 - [그린나래/연수이야기] - [후기] 회복적 서클 진행자 워크숍
쉬는시간.
한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교무실로 찾아왔다.
체육시간, 친구들이 다가오더니 대뜸 더이상 너랑 밥 먹기 싫다고 했다는 것.
누구랑 밥 먹는 게 대수랴 먹기싫으면 안먹으면 그만이지, 하겠지만
그래도 특히나 여자아이들에게 밥을 누구와 먹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일뿐더러
통보식… 그리고 그 방법에 문제가 크다고 생각되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우선 눈이 퉁퉁 부은 아이는 우선 보건실로 보내고
3명의 아이를 3학년상담실(로 쓰고 있는 교과연구실)로 불렀다.
솔직히 처음에 화가 났다.
우리반에서는 처음으로 표면에 떠오른 문제였으며, 다수가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데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한 아이에겐 더많은 화가 났다.
또… 드러나지 않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굳은 얼굴로 한 명씩 들어오라고 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된 건지를 물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마음도 가라앉았고, 아이들이 왜그런 행동을 하려고 했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물었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고민 또고민.
그때 떠오른 것이 RC였다. 결국은 실행에 옮겨야할 때가 오고야만 것인가.
사실 자신이 없어서 한번도 실제로 해보지 않았는데 언제나 그러했듯이 일단은 실행에 옮기기로.
다행히 아이들은 방과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것에 대해서 동의했다.
보건실에 다녀온 아이는 여전히 울고울고 또울고 집에 가고싶다고 했지만
그렇게되면 내일 학교오기가 너무나 힘들 것이니까 오늘 해결하고 가자고 설득했다.
이러쿵저러쿵해서 일과가 모두 끝나고 상담실로 집합.
모인 아이는 모두 5명. 어찌보면 당사자는 3명이고, 2명의 친구는 옆에서 함께한 아이들이다.
먼저 모이게된 이유를 설명하고 규칙과 과정을 안내했다.
①이자리에 모인 것은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고, 찝찝한 마음을 없애기 위한 것
②이 자리에서 한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끝내고, 비밀을 지킬 것
③말할 기회는 균등하게 줄 것이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
④관계가 개선될지 안될지는 지금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너희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것
한 사람씩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결말이 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천천히 이어갔다.
RC가 진행되는 동안 내가 한 말은
"OO가 이야기해볼래? 누구한테 이야기하고 싶니? OO가 뭐라고 이야기했지? △△가 이야기한게 맞니?"가 전부.
과연 이렇게만 진행해도 될까, 싶었지만
RC연습 모임에서 진행자와 참여자 역할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믿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4시 조금 넘어서 시작한 이야기는 여섯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이들에게 어땠는지 물어보니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
직접 물어보지 않고 나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면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아이들을 보냈다.
아이들이 대화로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조금이나마 맛보았을…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더욱이나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당사자인 아이가 그자리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더많은 오해가 있을 것 같다는 다른 친구와의 대화에
또다시 함께 자리해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
그 밥패밀리가 다시 함께 밥을 먹지는 않는다.
그래도 서로 얼굴을 대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지도 않다고 한다.
다시한번 확인하고 점검을 해봐야겠지만…
첫시도가 어느정도는 성공인 것 같아 다행이고 안심이 된다.
이번은 아이들이 그래도 순한 아이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나와 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이 됐지만 다음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앞으로 좀더 역량을 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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