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담임이라는 것은 놀랍고도 신기한 이름이다.
똑같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도 내가 담임일 때와 담임이 아닐 때는 참 다르다.
이래도되나 싶지만 다른 사람들 보기에,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난 참 팔불출이다.
자식자랑이 분에 넘치기에…
작년에도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참 흐뭇하다.

처음으로 맡게된 여자반.
작년에도 남자반은 처음이었기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두려움이었다.
작년에는 미지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설렘을 동반한 두려움이었다는
이번에는 너무나 잘 알기에 긴장을 동반한 두려움…
섬세한 여자아이들의 사춘기를 내가 과연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3학년 여자반을 맡기로 한 이후로 계속 걱정걱정걱정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믿는 구석 하나는, 아이들이 담임 닮아가더라는 거. 
허술한 부분을 닮으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려갔으면 좋겠다.

요며칠 머리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두발단속을 하고 아이들에게 머리를 잘라오라고 요구하고…
다행히 아이들이 불만이 많을텐데도 잘 따라줘서 우리반 두발*복장은 가장 먼저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왜 머리를 잘라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스스로 못 찾겠다.
물론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는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내가 하면서도 이게 될말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샘솟는다.
교무실에서도 선생님들끼리 두발단속같은 거 정말 안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누굴 위한 두발단속일까? 물론 '통제'의 부분을 부정할 순 없지.
얼마전 좋은교사에서 주최한 해외교육탐방 보고회에 다녀온 기억이 스친다.
우리가 만나게 될 아이들의 모습일 수 있다고 했던 말씀. (홍인기 쌤이셨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
염색과 피어싱과 화장과 문신 등등등,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
먼 이야기같지만 어찌보면 멀지만은 않은 이야기.

여튼 오늘도 난 1반담임이라 참 행복하다.
울면서도 머리를 잘라온 이쁜이들.
그리고 반응이 없어 이틀 고민했는데 저금통과 화이트보드가 두 개씩이나 생겼다.

앞으로도 한 걸음씩 이렇게 함께 나아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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