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목으로만 열심히 외쳤다.
여기 좀 쓸어, 이렇게 좀 쓸어.
지쳐서 내가 빗자루를 들었다.

.
.
.
놀라운 일.
아이들이 나와 함께 쓸면서
그렇게 사흘 하고나니 내가 빗자루를 들지 않아도 깨끗이 쓸고 있더라.

어떤 친구들은 "선생님도 때려요. 왜 빗자루를 쌤이 들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친구들은 옆에 와서 묵묵히 함께 쓸고
어떤 친구들은 쓸든말든 열심히 떠들기만 한다.

처음엔 답답하고 미운 마음에 빗자루를 들었는데 이내곧 새로운 마음이 스물스물.
왜 나는 아이들에게 시킬 생각만 했을까?
까놓고 말해 아이들이 교실을 청소할 의무가 있을까?
여러 교육적 효과가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소가 그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일방적으로 주어진 그 일을 나 역시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나보다.
역할을 맡아줌에 감사해야 하는데 말이야.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묘미를 깨달은 어느날.
마음이 답답하니까 그냥 지나칠만한 교실의 먼지들도 너무 답답하드라구.
아무말도 없이 굳은 얼굴로 분노의 빗자루질을 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칭찬자에 내이름을 적어주고…
"그래, 고~맙습니다."라고 살짝 비꼬는 말투를 쓰고야 말았는데,

시간이 지난후에 깨달았다.
정확히 선생님의 마음을 알지는 못해도 느낄 수는 있는 아이들이 전해준 작은 위로라는 것을.
내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그 마음이 전해졌다.
아이들만큼의 센스와 눈치가 없나부다.


그래, 이맛에 산다.
아니, 이맛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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