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첫인상'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과의 '만남'인 수업에서도 그렇습니다. 1년을 함께 할 국어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첫만남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느냐에 따라 한 해 수업의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어요. 10여년 간 첫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나름 패턴이 생겼습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소개해 볼게요.
그림책 읽으며 수업의 문 열기
전하고싶은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으로 수업의 문을 열곤 합니다. 중학생 정도 되면 그림책을 누가 읽어주는 일이 거의 없죠. 낯선 시작이기 때문에 이후에 하는 말들을 훨씬 귀기울여 듣게 돼요. 처음 수업을 준비할 때에는 중학생에게 너무 유치한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의외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몇 년 전부터 그림책이 많이 주목받더라고요. 그 힘을 알기에 반가운 바람입니다.
몇몇 친구들은 첫수업에서 제가 읽어주었던 책을 헤어지고 나서도 오래도록 기억할 때도 있어요. 오랜만에 학교에 놀러와서 "선생님, '이 책' 읽어주셨던 거 기억나요."라고 하면서 추억여행을 떠나곤 하죠.
제가 첫수업에서 읽어주었던 그림책 몇 가지 소개할게요. 요즘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림책을 더 깊이 연구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추천하시는 다른 책들도 많습니다.
<점>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하는 약속을 담는 그림책입니다. 언젠가 다녀온 계룡문고 체험학습에서 선물받은 책이기도 해요. 교사인 나는 너희들이 찍은 '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할테니, 너희는 국어시간에 너희들의 '점'과 '이름'을 아낌없이 나눠달라고요. <까마귀소년>도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학생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오롯이 꺼낼 수 있는 국어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이 국어수업을 통해 알았으면 하는 것은 '존재의 소중함'입니다. 내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까지도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고요. 자존감이 낮은 친구들이 보통 나만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은 모두의 소중함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국어수업의 내용뿐 아니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빛나요>와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는 2020년에 알게되었는데, 보자마자 반해버려서 수업시간에 꼭 나누고 싶었어요. 당신은 빛나고 있으며, 함께 하는 우리 모두가 빛나고 있다는 그 메시지가 참 좋아서요. 다름과 다름이 만나 어우러질 때 나오는 다채로운 빛깔들을 볼 수 있어 그림책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 그림책 <모두가 빛나요> +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 구입하러 가기
1-2-3매직 소개
1-2-3매직은 행복교실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사람과교육연구소 소장님이신 정유진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신 건데, 교사와 부모를 위한 1-2-3매직 책이 먼저 나왔고, 영광스럽게도 청소년 편을 번역하는 데 저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2-3매직을 알고 나서 가정에서도 교실에서도 1-2-3매직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어요. '화침행말(화나면 침묵하고 행복하면 말하라)', '사춘기는 축복입니다' 등 저의 지침이 되어버린 문장들도 있네요.
수업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교실에 존재하는 목적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필요한 배움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관계가 상하지 않고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1-2-3매직을 선택합니다. 이를 위해 사용하는 카운팅과 타임아웃이라는 도구는 벌이 아니라 수업으로 초대하기 위한 것이에요.
이런 내용을 첫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눕니다. 그리고 그다음 혹시 1-2-3매직의 카운팅을 써야할 순간이 있다면 짧게 "첫시간에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지?"부터 물어요.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라면 짧게 다시 설명해줍니다. 이 과정이 위압적이지 않고 '알려준다'로 다가가면 카운팅의 효과가 더 커지는 듯해요.
1-2-3매직은 정말 '마법'처럼 저의 교실을 바꿨어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필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거든요. 학생들 역시 감정이 아닌 메시지를 받게 되면 훨씬 빨리 수업으로 들어오게 되었고요. 카운팅을 쓰지 못했던 순간! 제가 벌써 화가 머리끝까지 났거나 학년 초 카운팅해야 하는 친구의 이름을 모를 때였어요. 1-2-3매직과 카운팅 덕분에 수업분위기 조성과 생활지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어수업지원단 모집
'국어수업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국어수업시간 전후에 저를 도와줄 학생을 1~3명 정도 선발합니다. 하는 일은 수업시간 전에 저에게 와서 그때그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에요. 수업준비물을 미리 챙긴다든가 교과서, 학습지를 걷어오고 나눠주는 일같은 거죠. 다른 선생님들 수업시간에도 교과반장이나 수업도우미 등 다양한 이름이 있더라고요.
사실은 봉사직으로 하는 일이 참 많아요. 국어선생님과 좀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 학생들이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모집하면 다행히 없지는 않아서 매년 진행중입니다. 고마운 마음을 때론 달달한 간식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원단 친구들이 애써주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요.
이밖에도 그때그때 괜찮다싶은 여러 프로그램들을 저의 스타일로 응용해 여러 차시에 걸쳐 '첫만남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솔직히 중학교 1학년은 괜찮지만 2, 3학년의 경우에는 중간고사 전에 나가야하는 진도 때문에 조급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첫만남에 따라 이후 수업의 분위기가 정해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오늘 소개한 세 가지 외에도 '국어공책 이름 정하기'+'국어공책 이름 빙고'나 '국어학습지철 표지 만들기', '우리가 원하는 우리반+우리반 모토 정하기' 등을 첫만남 프로젝트에서 진행합니다. 이 활동도 차근차근 소개하도록 할게요.
좋은 관계가 있으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늦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훨씬 잘 따라와요. 그래서 앞으로도 첫만남 프로젝트는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려고 합니다.
👇 또다른 이야기들도 함께해 보세요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