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회복적생활교육을 접하면서
충격과 함께 위로를 받았고,
앞으로 생활지도부분에서 계속 가져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접하기만 했지 제대로 살펴보지는 못하고 시간이 흘렀네.
그리고 한 해 동안 '회복적생활교육 실천가 과정(전국2기)'을 하면서
조금더 가까이,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학급에서 하나씩 적용하시는 선생님들에 비하면
계속해서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래도 한 해동안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딸과의 대화에서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이랑이는 상대가 원하는 답을 말하기 원하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잘 안 한다.
실천가 과정에 함께 하신 선생님 중 유치원생들과도 서클을 진행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우리 이랑이 또래의 친구들과도 이게 될까, 참 많이 궁금했지요.
그래서 무슨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 마음인가를 먼저 살피고, '왜 속상한가를 물었다.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가를 나눴다.
당연히 이랑이는 마음은 있으나 그것을 잘 표현기 어려워했고
(성격과 기질의 문제도 있지만, 표현력의 문제도 있기에)
나 역시 그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끌어내주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날은 말을 하고 있는 내 입을 이랑이가 틀어막을 때도 있었다.
울컥,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내 부정적인 감정만 쏟아부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어제는 그동안의 시간이 그냥 흘러간 게 아니었구나, 하는 감사가 올라왔다.
(언제나 그렇지만) 자신이 끄고 싶은 화장실의 불을 엄마가 꺼버렸다는 게 속상한 이랑.
그게 속상했구나, 하고 공감은 했으나 나만의 사과를 하고 끝낸 엄마.
이랑이가 아빠 옆에서 잔다고 누웠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습이 아빠 눈에 보였나보다.
"이랑아,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고 와."
그랬더니 토끼를 안고 옆에 와서 서길래 누우라고 하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응, 엄마 나는 아까 … "
비슷한 대화가 2번 오고갔는데 첫 번째 대화에서는 허공에 날아가버린 대화였지만
두 번째 대화를 나눌 때에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엄마, 나는 이제 속상하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졌어."하고 졸리다며 금방 잠이 드는 이랑.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한 것은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감정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는 사과의 말도 공감의 말도 잘 들리지 않지만
의미 없어 보였던 사과와 공감의 말이
그 다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회복적생활교육까지 이르기는 아직 먼 길이지만
그래도 나의 삶이, 우리 가정의 방향이 바르게 갈 수 있는
선한 도구를 만나게 된 것 같아 기쁜 날.
또다시 내 안의 상처와 날카로움이 튀어 나오거나
서로의 목소리가 서로에게 들리지 않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더딘 걸음이지만 꾸준하게 그렇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멈추지 말아야겠다.
최근댓글